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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와 유튜브 등에서 고양이 섬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사진 한 장 속 고양이와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도시에서 지친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섬 마을에도 새로운 관광 자원이 되어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죠.
하지만 동시에 고양이 개체 수의 급증과 생태계 교란, 쓰레기 문제 등 여러 부작용도 함께 따라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국내 고양이 섬인 전남 자은도와 경남 욕지도를 중심으로 고양이와 사람,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태적 고민과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자은도: 고양이와 마을이 만들어낸 공존의 실험실
자은도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속한 섬으로, 비교적 한적하고 조용한 어촌 마을이 중심입니다. 이곳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나며 ‘고양이 섬’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주민들 중 상당수는 고양이를 반려동물처럼 돌보며, 일부는 고양이를 테마로 한 소규모 펜션, 카페, 벽화마을 등을 운영합니다. 그 결과 고양이는 관광 콘텐츠가 되었고, 자은도는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사는 섬”이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주민 자치회에서는 고양이로 인한 위생 문제나 개체 수 급증을 예방하기 위해 중성화(TNR) 사업을 도입했고, 신안군청과 연계해 고양이 급식소, 쉼터, 포스터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주기적으로 섬을 방문해 고양이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유기된 고양이를 구조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됩니다.
하지만 모든 관광객이 이런 시스템을 존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방문자는 허가되지 않은 장소에 사료를 뿌리거나, 고양이를 무리하게 만지려 하고, 사진 촬영을 위해 고양이를 유도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마을에서는 ‘고양이 접근 수칙’, ‘급식소 외 먹이 금지’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알리고 있으며, 고양이 복지와 지역 생태 보전이 모두 고려된 섬 관리 방식이 점차 정착되고 있습니다.
욕지도: 인기만큼이나 복잡한 생태 딜레마
욕지도는 경상남도 통영 앞바다에 위치한 대표적인 고양이 섬입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고양이들, 이들을 주제로 만든 벽화와 조형물, 그리고 ‘고양이 관광지도’까지 만들어진 욕지도는 일반 관광객뿐 아니라 유튜버, 사진작가들에게도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새 서식지 파괴, 작은 파충류 개체 수 감소, 조류 산란기 피해 등의 생태계 교란 문제도 함께 불거졌습니다. 특히 섬의 고양이들이 야생조류의 둥지를 공격하거나, 알을 훼손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포착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통영시는 욕지도 일부 지역에 고양이 출입 통제 구역을 지정하고, 주민 주도 하에 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중성화율을 8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고양이 전용 쉼터 2곳을 마련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고양이 관광 자제 캠페인도 병행 중입니다.
그러나 관광객이 무분별하게 사료를 주거나, 사진을 위해 고양이를 유인하거나 안아 올리는 경우는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고양이에게 사람용 간식을 주고, 고양이를 따라다니며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면 “고양이 섬이 아니라, 스트레스 섬이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여행자의 행동이 섬의 생태를 결정한다
고양이 섬의 문제는 단지 고양이 숫자가 많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의 태도와 지역 생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고양이에게 음식을 줄 때는 반드시 지정 급식소에서만 제공해야 합니다. 여러 장소에 사료를 흩뿌리면 고양이 간 다툼이 발생하고, 잔여 음식은 날파리, 들쥐, 까치 등을 불러들이며 위생 문제로 이어집니다. 또한 고양이 간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사료를 직접 주기보다는 지역 운영 주체에 기부하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둘째, 고양이를 억지로 쓰다듬거나 안는 행위는 피해야 합니다.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큰 스트레스가 되며, 관광객이 전염병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셋째, SNS에 올리는 사진은 위치 태그를 지양하고, 고양이가 자는 모습이나 놀고 있는 모습을 방해 없이 촬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보가 너무 퍼지면 특정 시즌에 수백 명이 몰려들어 지역 커뮤니티와 생태 균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고양이는 일부 주민에게는 귀여운 존재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마당 쓰레기봉투를 뜯거나, 자동차 위에 올라가는 불편한 동물일 수 있습니다. 고양이와 사람이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여행자의 배려와 절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결론
고양이 섬은 단순히 귀여운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사람과 고양이, 그리고 자연 생태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존재합니다. 자은도와 욕지도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존을 실험하고 있으며, 그 성패는 지역뿐 아니라 여행자의 태도에도 달려 있습니다.
섬의 고양이를 만나러 간다면,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존중하고, 내 행동 하나가 그 섬의 내일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좋은 여행은 예쁜 사진보다 좋은 기억과 영향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