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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살이’는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다를 품은 섬에서 한 달 혹은 몇 개월을 보내는 장기체류는 코로나 이후 증가한 느린 여행, 쉼의 여행 트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로망과 현실은 다릅니다. 관광객으로 하루 이틀 다녀오는 것과 생활을 영위하며 지내는 체류형 섬생활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의료 접근, 섬 교통, 생필품 구매 등은 도심과는 전혀 다른 방식과 기준으로 움직이며, 이를 모르고 들어간다면 불편이 일상화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섬 장기체류를 고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반드시 미리 알아두어야 할 3가지 핵심 항목 – 의료, 교통, 장보기 – 를 실용적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의료: 병원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마세요

    섬여행 필수 상비약

     

    섬에 오래 머물기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의료 시스템의 존재 유무와 그 수준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디서든 병원이 있다는 전제 아래 살아가지만, 소규모 섬에서는 의료 시설 자체가 없거나, 보건진료소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는 종합병원과 대학병원도 있는 큰 섬이라 걱정이 덜하지만, 통영의 연화도, 여수 금오도, 고흥 연홍도 같은 중·소형 섬들은 대부분 보건진료소 1곳이 전부이며, 의사는 상주하지 않고 주 2~3일 간호사가 왕진 형식으로 근무하는 곳도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응급처치, 단순한 감기약 처방 정도만 가능하며, 이마저도 약품 종류가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만성질환자, 약 복용 중인 사람, 노약자, 어린 자녀가 동반되는 경우라면 반드시 사전에 다음을 확인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 본인이 체류할 섬의 보건소 또는 진료소 운영 요일과 시간
    • 가장 가까운 육지 병원까지 이동 소요 시간 및 응급 연락망
    • 기상악화 시 배편 결항을 고려한 상비약·복용약 최소 2주분 이상 확보
    • 건강보험 적용 병원 위치(예: 통영서울병원, 여수전남병원 등) 파악

    현실적인 팁:
    결핵검진, 치과치료, 정형외과 진료 등은 아예 입도 전에 끝내고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 동반 시 해열제, 체온계, 비상 해열패치 등은 꼭 준비하고 들어가세요.

    교통: 배는 하루 1~2번, 결항되면 전혀 움직일 수 없다

    섬은 ‘길’이 없고 ‘배’만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기차 시간표, 버스 배차 간격과는 달리 섬의 이동은 정해진 시간의 배편에 모든 것이 좌우되는 구조입니다.

    장기체류를 계획할 땐 단순히 '어떻게 들어갈까'만이 아니라, ‘비상시 나올 수 있는가’, ‘외출 후 복귀가 가능한가’를 기준으로 교통 일정을 체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수 금오도는 하루에 5~6회 왕복 운항되는 배가 있지만, 풍랑경보, 안개, 태풍 예비특보만 발효돼도 하루 종일 결항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항 시엔 병원은 물론, 외부 식재료 수급도 불가하며, 외부에서 방문하던 가족·친구도 진입 자체가 차단됩니다. 더 심한 경우에는 2~3일 연속 결항되기도 하므로, 생활 리듬이 배 시간에 전적으로 종속됩니다.

    섬 내부 교통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 도보로 충분한 섬: 가파도, 비양도, 연대도 등
    • 전기자전거나 오토바이 필요: 욕지도, 연화도 등
    • 차량 반입 가능 섬: 제주도, 울릉도, 일부 큰 섬 (선적비용 왕복 10만 원 이상)

    체류 전 준비할 것들:
    정기 배편 시간표 프린트 혹은 캡처, 마지막 배 시간 확인, 기상특보에 따른 운항 제한 기준 숙지, 교통이 단절되었을 때 사용할 비상식량 및 물 2~3일분 확보

    장보기: 도시에선 사소한 일이, 섬에선 하루 일정이 된다

    도시에서는 저녁 9시에 치킨을 시켜 먹고, 아침에 우유가 떨어지면 편의점에서 해결하면 됩니다. 하지만 섬에서는 이러한 당연한 일상이 절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일이 됩니다. 장기체류 시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바로 ‘장보기’라는 점은, 실제 체류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섬의 유통 구조 때문입니다.

    • 생필품 대부분이 주 1~2회 배편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수급이 불안정
    • 유통비와 물류비가 포함되어 물가가 육지보다 평균 10~30% 비쌈
    • 유제품, 냉장식품, 야채류는 신선도가 떨어지고 재고가 적음

    택배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일부 섬은 우체국 택배만 수령 가능하며, 일반 택배는 항구 선착장에서 ‘직접 수령’하거나 주 1회 배송만 진행됩니다. 도착 예정일보다 2~4일 늦게 도착하거나, 신선식품은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실용 팁:
    입도 전 마트 장보기: 즉석밥, 통조림, 컵라면, 파스타, 김, 쌀, 즉석조리소스 등 보관 쉬운 식재료 중심 준비. 조리도구 및 조미료 구비 여부 확인. 정수기 또는 생수 보급 방식 확인. 식단 루틴을 짜두면 장보기 스트레스가 확 줄어듭니다.

    결론: 자연 속의 삶이 되기 위해선 정보가 방패가 되어야 한다

    섬에서 한 달 이상 살아보는 것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삶의 속도를 바꾸는 경험입니다. 그러나 그 삶을 지속하고, 평화롭게 누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보와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로망은 충분하지만, 도시 생활의 기본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의료, 교통, 장보기를 기반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고, 당신이 체류할 섬의 특성을 충분히 조사한 후 입도해 보세요. 불편을 줄이고 불안을 줄이면, 섬살이는 자연과의 동거 그 자체가 될 수 있습니다.

     

    섬 장기체류 체크리스트 요약:

    • 의료: 보건소 유무, 약 준비, 병원 위치
    • 교통: 배 시간표, 결항 대비, 섬 내 교통수단
    • 장보기: 물가, 마트 위치, 택배 수령 가능 여부
    • 준비물: 생필품, 보관식, 조리도구, 비상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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