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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린 날의 바닷가 모습

     

    결혼 생활 10년. 함께한 시간만큼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문득 ‘같이 있지만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대화는 줄고, 오해는 쌓이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감정의 거리는 천천히 멀어집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에 ‘말’만이 해답은 아닙니다. 때로는 말 대신 풍경, 갈등 대신 고요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다시 집중하고 싶을 때, 조용한 섬으로의 짧은 여행은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10년 차 부부가 함께 다녀오기 좋은 조용한 국내 섬 5곳을 추천드립니다. 이 섬들에는 말로 풀 수 없는 마음을 풀어주는 자연과, 마음의 거리를 좁혀주는 걷기 좋은 길이 있습니다.

    1. 전남 완도 소안도 – 말이 필요 없는 걷기

    완도항에서 배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소안도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 ‘섬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입니다. 잔잔한 바닷소리와 함께, 둘만의 시간이 흐르기엔 충분한 조용함이 이 섬에는 있습니다.

    • 산책 포인트: 진리마을에서 남망산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길
    • 특징: 바다 냄새, 해풍, 구불구불 이어진 길 → 침묵이 자연스러운 환경
    • 먹거리: 직접 잡은 해산물로 만든 국물 요리들 – 해물뚝배기, 전복죽

    여기서는 굳이 뭔가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란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전해지는 공간. 다투거나 상처받은 사이에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그때 왜 그렇게 됐을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감정의 여백이 있는 섬입니다.

    2. 충남 보령 외연도 – 침묵을 받아주는 공간

    외연도는 말 그대로 ‘조용함’을 위해 존재하는 섬 같습니다. 관광지가 아니며, 사람보다 자연이 많은 이곳은 감정을 정리하고 싶은 부부에게 꼭 필요한 ‘멈춤’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 접근성: 보령항에서 하루 1~2회 운항되는 배를 타야 접근 가능
    • 환경: 밤이면 별이 쏟아지고, 휴대전화 신호도 약해 디지털 디톡스에 최적화
    • 추천 활동: 갯바위 앉아 바다 보기, 별 바라보며 밤 산책

    이곳의 힘은 '아무것도 없음'에서 옵니다. 말조차 필요 없는 공간이기에, 서로가 자연스럽게 생각을 정리하고 내면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섬입니다. 대화를 억지로 하지 않아도, 그저 ‘같이 있음’ 자체가 다시 위로가 될 수 있는 곳이죠.

    3. 제주 추자도 – 떨어졌다가 다시 마주 보는 거리

    제주 본섬과 완도 사이에 떠 있는 추자도는 그 어떤 섬보다 부부간의 '거리 두기'를 잘 만들어주는 곳입니다. 걷기 좋은 길이 많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길은 나란히 걷기도, 잠시 따로 걸으며 각자 생각에 잠기기도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 걷기 코스: 상추자 ~ 하추자 연결 산책로
    • 기후: 해풍이 세고, 구름 낀 날이 많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
    • 주변 분위기: 적은 관광객, 조용한 민박, 느린 삶의 리듬

    오랜 부부 생활은 물리적인 거리보다 감정의 거리가 중요합니다. 추자도의 풍경은 그 거리를 조율하게 해주는 배려의 공간입니다. 같이 걷다 멈추고, 따로 걷다 다시 만나며, 서로가 가진 생각의 속도를 인정하고 기다릴 수 있는 섬입니다.

    4. 인천 장봉도 – 짧은 시간에도 여운이 남는 섬

    멀리 떠나기 어렵다면, 서울에서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는 장봉도를 추천합니다. 짧지만 깊은 휴식이 가능한 섬으로, 공간과 시간이 압축된 듯한 감정 정리 장소입니다.

    • 추천 일정: 아침 일찍 출발 → 해변 산책 → 해 질 무렵 배로 귀가
    • 주요 루트: 숲길과 갯벌길, 백사장까지 이어지는 순환 산책로
    • 힐링 요소: 소음 거의 없음, 카페·상점도 적어 집중하기 좋은 환경

    장봉도는 단기 여행임에도 정리되는 느낌을 주는 섬입니다. 서로 지쳤지만 긴 시간 낼 수 없다면, 하루만의 '감정 리셋'이 가능한 구조로, 대화보다도 ‘같이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는 장소입니다.

    5. 전남 신안 반월·박지도 – 다시 연결되기 위한 길

    반월도와 박지도는 보라색으로 꾸며진 '퍼플섬'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두 섬을 잇는 보라색 다리는, 오랜 부부 관계에서 끊긴 감정의 다리를 상징하듯 걷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 상징성: ‘퍼플브릿지’라는 연결 공간 → 함께 걷는 동안 감정 연결 유도
    • 풍경: 감성적인 색감, 깔끔한 걷기 인프라 → 분위기 전환에 탁월
    • 추천 포인트: 낮보다는 석양 시간대 방문 → 감정 정리에 최적

    다리의 끝에서 손을 내밀거나, 걷다 문득 마주 보면 웃게 되는 순간. 관계란 그렇게 ‘길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섬입니다.

    결론: 오래된 사이일수록,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10년 차 부부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때로는 설명조차 하지 않게 되는 사이입니다. 그 편안함이 때로는 무관심처럼 느껴지고, 그 익숙함이 때로는 외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관계는 늘 새롭게 정비되고, 다시 연결되어야 하는 ‘유지형 감정’입니다.

    말이 잘 안 통할 때,
    감정이 너무 복잡해졌을 때,
    그냥 같이 있기조차 어려워졌을 때,

    섬은 가장 조용하고 정직한 감정 회복의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바람이 불고,
    바다가 움직이고,
    햇살이 스며드는 그 시간 속에서 부부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고,
    ‘같이 있는 의미’를 천천히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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