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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피아노 학원도 안 다닌 둘째 아이, 콩구르서 전체차상 탔어요.

by 라뮬란 202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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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째 아이 자랑을 할까 해요.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 신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아이예요.

 

피아노 선생님께 러브콜 받다

 작년 늦은 가을쯤 아이가 다니고 있던 어린이집 선생님께 연락이 왔었어요. "어머니, **이가 피아노를 너무 잘 쳐요. 그래서 피아노 선생님이 **이 콩쿠르대회 내보내고 싶다고 하시네요. 피아노 선생님께 어머니 전화번호 알려 드려도 될까요?"라면서요. 

피아노 치는 아이의 손

 사실 아이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진 않았지만 어린이집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피아노를 배웠답니다. 저는 어린이집에서 하는 다른 여러 활동들처럼 피아노도 그냥 활동의 하나로 생각하고 큰 기대는 전혀 없었어요. 그냥 피아노를 좋아하는구나 정도였지요. 

 

 어린이집에서는 6세 때부터 7세 졸업할 때까지 피아노 수업을 했었어요. 우리 아이도 6세부터 7세 졸업 전까지 했었고요. 졸업을 몇 달 앞둔 11월 경에 콩쿠르라는 걸 생애처음으로 경험해 보았답니다. 저도 아이 아빠도 생애 처음 콩쿠르라는 걸 가봤어요. 

 

대회 당일

당일날 아침 저희 가족은 분주하게 움직였지요. 아이 얼굴도 평소에는 스스로 세수하는데 그 날 만큼은 제가 깨끗하게 씻기고요. 안 바르던 로션도 발라주었지요.

 

 대회장은 집에서 15분이면 가는 가까운 곳이었어요. 그런데 운전하던 남편이 차가 이상하다며 카센터에 들러야 한다는 거예요. 안 그래도 피아노 선생님이 좀 일찍 오면 대회장에서 피아노로 연습을 해 볼 수 있다면서 기다리고 계시던 중이라 저는 애가 탔지요. 대회장의 피아노는 어린이집이나 우리 집에 있는 피아노와는 차원이 다른 무거운 느낌의 고급 피아노라고 해요. 그래서 원래는 선생님의 지인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한 번쯤 연습을 해 보자고도 했었는데 사정이 안 되어서 못 했었거든요.

 

 카센타 직원분은 우리 차바퀴에 못이 박혔다고 하더라고요.' 왜 하필 오늘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저희 부부는 대기실에서 커피를 타서 마시면서 아이들과 농담 따먹기 하면서 잠시 여유를 가졌지요. 원래 호사다마란 말이 있다며 오늘 좋은 일이 있으려고 그러나 보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었어요. 이런 여유를 보이는 제 자신을 보며 '많이 컸네'라고 스스로 칭찬도 해 주었답니다. 

 

드디어 도착했어요. 대회장은 원래는 시내의 호암예술관이었는데 공사관계로 이번에는 카페 1층과 2층을 빌려서 개최하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입구부터 혼잡했어요. 겨우 선생님을 만나고 1층에서는 이미 먼저 온 아이들이 피아노 연습을 하려고 줄을 서 있더라고요.  우리는 인파를 비집고 2층에 올라가 턱시도를 입게 했어요. 선생님은 1층에서 아이가 빨리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길 기다리셨지요.  드디어 턱시도를 입고 내려온 아이가 피아노 연습을 할 수 있게 차례가 오더라고요. 7살 아이가 넓은 홀에서 '터키시장'이란 곡을 치는 모습을 보니 연습인데도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왜 이렇게 대견해 보이고 의젓해 보이는지요. 연습을 마치고 내려온 아이에게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답니다. 

 

드디어 대회가 시작되었어요. 아이는 행운의 7번이었지요. 남자아이는 거의 우리 아이 밖에 없고 대부분 핑크드레스나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예쁘게 단장한 여자아이들 이더라고요. 아이는 손이 굳으면 안 된다며 선생님께서 준비해 주신 핫팩을 열심히 문지르고 있더군요. 차례가 되자 아이는 자리를 잡고 연주를 시작했어요. 우리 큰아이는 동생의 연주 모습을 이리 찍고 저리 찍느라 바빴고요. 마지막 부분에서 손을 하늘 위로 들어 올려 특유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신나는 곡을 마쳤지요. 저도 웃고 채점해 주시던 선생님들도 웃더라고요.

 

 입상

 결과는 바로 나오더군요. 잠시 후에 선생님께서는 어느새 결과지를 받아 들고는 "**이가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상 탈 것 같아요"하시더라고요. 저희 가족은 너무 기뻤어요. 어린이집 선생님들 카톡 방에서도 난리가 났다고 하고요. 혼잡한 대회장 계단에서 아이랑 선생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콩쿠르 시상체계에서는 대상이 제일 잘한 게 아니고 그 위에도 몇 개가 더 있더라고요. 선생님이 대상보다 더 잘한 거라고 하시면서 '학년부 전체차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점수로는 92점 이상이라고 하시면서요. 그러니까 절대평가인데요 95점 이상이 초, 중, 고 전체대상으로 제일 잘한 거고, 93~94점이 학년부 전체대상으로 두 번째로 잘한 거고, 92점 이상이 학년부 전체차상으로 세 번째로 잘한 거고, 그다음이 대상, 대회장상, 준대상, 특상, 준특상, 우수상 이런 순서더라고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라서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 자신의 실력을 대회 점수를 보면서 키워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은 성공경험

 아이는 이번 콩쿠르 경험이 큰 임팩트가 되었던 것 같아요. 상으로 받았던 얼마 안 되는 현금과 상패를 자기 책상에 고이 모셔 놓고는 가끔씩 꺼내 본답니다. 집에 손님이 오면 피아노 앞에 앉아 배웠던 곡들을 치면서 뽐내기고 하고요. 손님들이 칭찬해 주는 말과 환호성에 아이의 자존감이 크게 올라가는 것 같아요. 원장선생님이 보내주신 꽃다발도 화병에 꽃아서 거의 열흘을 두었던 것 같네요. 

 

 작은 성공경험이 아이한테 큰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아요. 둘째 아이는 둘째라서 그런지 몰라도 첫째 아이보다 더 승부욕이 강하고 지기를 싫어하는 아이예요. 한 번 꽂히면 한동안은 계속 같은 놀이만 하는 경향도 있어요. 이렇다 보니 제가 놀아주기가 바쁘네요. 한 번은 고스톱을 해 주느라고 제가 일부러 남편한테 배웠답니다.

 

 피아노가 되었든 보드게임이 되었든 아이와 같이 놀아주고 잘할 수 있게끔 도와주면서 이런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많이 쌓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새는 아이랑 마당에서 축구하느라 운동이 저절로 되고 있답니다.  이상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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